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실습일지

신입의 생존기1 : 푸시 한 번으로 메인 브랜치를 밀어버린 날

 

입사 두 달쯤 됐을 때, 실무라는 걸 처음 제대로 체감했다.
C#과 .NET 기반 백엔드였고, 프로젝트 규모는 꽤 컸다.
그보다도 개발 환경이 낯설었다. 회사는 폐쇄망이고, 인터넷은 VDI 가상PC를 통해서만 쓸 수 있었다.
인터넷은 막혀 있고, 복사도 제한되고, 프로그램 설치도 거의 안 된다.

이건 단순히 불편한 걸 넘어서,
막히는 순간 구글이나 AI 없이 혼자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.
적응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.

그 와중에 내 브랜치가 꼬였다.

입사 전엔 깃을 꽤 쓴다고 생각했지만,
그건 그냥 혼자 쓰거나 소규모 협업 정도였고, 문제없이 흘러가는 상황에서의 깃이었다.
회사에선 달랐다.
브랜치 하나에 여러 명이 엮여 있었고,
메인 브랜치는 말 그대로 다 같이 쓰는 흐름이었다.

 

당시 내 브랜치에서 충돌이 생겼고,


그때, 두 분이 각각 다르게 알려주셨다.

한 분은

“그냥 메인 브랜치 새로 풀받고, 백업해둔 네 파일만 거기에 추가해.

귀찮아도 그게 제일 안전해.”

다른 한 분은

“메인 브랜치를 네 브랜치에 덮어씌우고 푸시해.

나는 두 번째가 더 간단해 보여서 따라갔고,
병합까지 마친 상태에서 푸시하려는 찰나,
첫 번째 사수분이 와서

“근데 왜 이렇게 변경 내역이 많아? 네가 안 건드린 건 빼야지.”

그 말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잘 몰랐지만,
그냥 내 파일만 남기고 나머지는 취소하면 되겠지 싶어서 그렇게 했다.
그리고 푸시했다.

 

잠깐 후에 다른 팀 리더분이 우리팀 자리로 오셨고,
그 뒤로 또 다른 팀의 리더, 인프라 담당자님까지 차례로 나타났다.
그제서야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.

나는 그때까지 내가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몰랐다.

그냥 또 무슨 이슈가 생겼나보다 생각하고, 평소처럼 다음 작업을 준비하고 있었다.
그때 인프라 담당자분이 내 자리로 와서 조용히 말하셨다.

“OO야, 너 잘못 아니야~ "

그 말 듣고 나서야 뭔가 잘못됐구나 싶었고,
그리고 곧바로 사내 공지가 떴다.

“메인 브랜치 풀받지 마세요.

현재 작업 중인 파일은 백업해두시기 바랍니다.”

나중에야 자세히 알게 됐다.
내 푸시로 메인 브랜치의 그날 오전 작업 내역이 통째로 날아갔고,
여러 팀에서 작업하던 변경사항들이 사라졌다고 했다.

 

다행히 인프라팀에서 빠르게 리버트 처리해 주셔서
실제 데이터 손실은 없었고,
사수분들이 중간에서 잘 커버해주셔서 상황은 잘 마무리됐다.


하지만 그날 하루는 정말 심장이 계속 뛰었었다.

생각해보면, 그때 문제였던 건
“어떤 방법을 골랐느냐” 자체가 아니라
그걸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간에 섞었다는 거였다.

 

두 조언 중 하나를 따라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,
사실은 중간에 흐름을 바꿔버렸고,
내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명확히 모르고 있었다.


그러니 결과는, 둘 중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은 작업이었다.

그 이후로는, 어떤 방법이든
“왜 이걸 택했는지” 먼저 생각하려고 한다.

애매하게 섞지 말고, 내가 지금 뭘, 왜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하는것에 중요성을 체감할 수 있었다. 

 

지금은 푸시 전에 항상 diff를 확인한다.
단순히 변경사항만 보는 게 아니라, 내가 작업한 게 커밋내용에 적합한지,
지금 올려도 되는 상태인지 꼭 확인한다.


근데 그게 단순히 몰라서가 아니라
인식도 없고, 책임도 없는 상태에서 나온 거라면,
그건 반복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.

 

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부끄럽긴 하지만,
그래도 그 이후로는
내가 뭘 하고 있는지 한 번쯤 더 생각하고 작업하게 됐다.
 어차피 애매하게 모르면 나중에 더 크게 배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.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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